어두운 아침

요즘은 아침이 늦다.

얼마 전만해도 이 시간이면 창밖이 환했는데, 아직도 창밖은 깜깜한 어둠이다.

자연의 흐름이란 정말 경이롭고 정확하다.

그렇게도 뜨거워, 모든 대지와 산 것들을 헉헉거리게 만들던 여름이, 몇 번의 비를 맞더니 완연한 가을로 넘어가 버렸다

아직은 완연한 가을이라고 말하기에는, 한낮의 기온은 좀 따뜻해 여름과 가을의 경계선에 양다리를 하나씩 걸치고 있는 듯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특히 지금 이시간의 새벽에는 열어놓은 창문을 닫고 얇은 차렵이불이라도 당겨 덮어야 할 정도로 썬 듯 거리는 것 같다.

아직도 남은 여명까지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이, 정해진 시간이라도 되는 듯이 장닭들은 네 시쯤 이라는 것을 우렁차게 알려준다.

이미 완숙한 장닭의 목소리와, 이제 병아리를 넘어선 햇 장닭의 배우는 아침소리에는 연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구분이 간다.

청아한 묵은 장닭의 아침소리에는 맑음과 기백이 있지만, 이제 목소리를 배우는 어린 소리는 아직도 목 트임이 덜되어 목 속의 소리로 잠겨있다.

나는 여러 마리의 장닭들 속에서, 아침 우는 소리만 들어도 누구의 소리인지 구분을 할 수가 있다.

사람처럼 닭울음소리에도 각각 음색이 달라 높낮이와 울음의 여운의 길이가 다른 것 이다.

아침 닭 우는소리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듣는 것이 더 정취가 있고 청아하다.

여러 마리의 장닭들이 각자 자기의 영역을 남에게 과시하기 위하여 한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울어 제키고, 또 멀리서 화답하는 건너 동네의 닭 울음도 들리는 것이다.

그러다가는 종국에는 가장 힘이 센 대장 닭만이 울게 된다.

닭들도 서열이 엄격하여, 서열이 낮은 장닭은 감히 높은 아이와 다투어 울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 깜깜한 새벽에, 경쟁하는 닭울음소리와 멀리서 희미하게 드려오는 닭소리를 들으면서,

이육사의 광야에서 들려오는 태초의 닭울음소리는 어땠을까 생각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가 창을 활짝 열어 어둡지만 맑은 아침공기를 방안에 가득히 채운다.

혹시 멀리 만주벌판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는지 귀 기울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