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침

아침엔 이슬이 가득했다.

비라도 왔던 것처럼.

그러나 간밤에 빗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킨 밤이었어도 잠깐 깊은 숙면에 비가 왔었나?

오랜만에 일찍 털고 일어나 예전에 자주 걷던 들길에 나가 보았다.

이제 나락들은 아직은 푸르더라도 쉽게 누렇게 될 것이다.

추석이 오면 이른 벼들은 일찍 털어서 햅쌀밥을 먹을 수 있다.

자주 맑은 아침이면 걷던 그길 이었다.

시골로 이사를 와서 가장 마음에 들고 좋았던 길이 바로 이 길 이었다.

아무도 없고 너른 들판에 이른 새들만이 하늘을 날며 모이를 찾던 하늘이 너무 좋았고 아침바람이 너무 상쾌했고 들길이 너무 고왔다.

그때는 이른 봄이었다.

이곳을 구입하여 새를 기르기 위해 온갖 정성을 하여서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이른 봄에 하는 공사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을 쬐며 일들을 했지만...

그 불속에서 나는 희망과 미래를 키워 보았었다.

찬란하거나 큰 것은 아니었다.

새를 길러 큰 것을 바란다는 자체가 우스웠다.

그래서 그냥 자연과 더불어 최소한의 삶으로 편안하고 마음의 풍요함을 구하고자 하며 살았다.

그리고는 아침마다 들길을 따라 걸으며 목장까지 다녀오고...

그러나 그 길은 그대로인데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닌 것처럼 낯설다.

그 길이고 그 풍경들이고 그 목장에서는 그때의 소리들이 들리건만,

그 바람은 그때의 시원하고 상쾌함이 아닌 것 같고 발걸음도 많이 무거워 걸음마다 눈물이 서렸다.

왜 이렇게 겨우 14년인데

이슬에 찍혀 눈에 보이는 발자국은 이제는 힘이 없어 희미해 보인다.

그렇게 가다보면 아예 하나도 보이지를 않는다.

발자국이 아쉬워 다시 이슬을 밟아온다.

예전엔 그러하지 않았는데 이제 내 발자국을 확인하니 나의 존재를 찾는 것인가?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항상 그대로건만~~

그래서 잘못된 것인가 보다.

세월이 가면 사람이 철이 좀 들라는 말이~~~

나는 철이 덜 들었다.

하지만 나는 철이 들 수가 없고 들기도 싫다.

그냥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이슬에 찍힌 발자국을 확인하지 않아도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