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가 붉어지면!

대추가 이렇게 붉어 가면, 추석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일찍이 제법 붉은 대추를 미리 따서,

큰댁에 추석 차례 상에 올리시라고 먼저 가져다 드리고, 우리는 조금 기다리다 더 붉게 익으면 대추를 턴다.

대추나무 아래에 넓은 깔판을 깔고, 둘이서 장대로 흔들어서 대추를 따는 재미는 쏠쏠하다.

나는 장대로 때리고,

누나는 주워서 빛 좋은 마당에 말려 추석에도 이집 저집으로 나누어 드리고 나머지들은 더 말려서 잘 보관한다.

마른대추는 약대추로 사용하기 위하여 깨끗하게 보관하고 나는 대추주를 담는다.

아직 완전히 붉지 않은 대추도 술을 담그면 붉은 대추주가 우러나온다.

처음에는 노리께 한 술이 되었다가 점점 붉은색을 띄는, 색이 예쁘고 향이 좋은 약주가 되는

것이다.

대추를 따면서 풀숲에 털어진 대추를 줍거나, 나무를 흔들다가 쐐기에 쏘여서 손가락도 퉁퉁 붓고 가려워도...

이 대추를 잘 말려 추석에 햇 대추로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서로 나눌 수 있고, 약 대추를 드릴 수 있어서 좋아라하면서...

이렇게 붉게 예쁘게 익은 햇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살이 빠진다며, 굵은 예쁜 대추를 하나 따서 나 먼저 먹으라며 한입 베어 물던....

보이는 것이 모두 그리움인 가을이 왔다.

울타리에 걸쳐서 익어가는 늙은 호박과, 대추가 붉게 물들어 가는데 함께 볼 사람이 없이 나 홀로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가을이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