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한줌의 냉이뭉치 주름진 엄마 손에

산속에, 밭둑에서 대처로 구경나와

오일장 한구석에서 휘둥그레 눈뜬다.

허기진 아버지는 등에 진 나무 한 짐

벗어서 바꿔 마신 막걸리 한 사발에

손에 든 고등어자반 멋지게도 흔들고.

삽짝 밖 골목어귀 온 동네 울리도록

그 좋은 목청으로 육자배기 부르면서

영희 야! 니 애비 왔다 꽃고무신 사왔다.

온 동네 창피해서 엄마는 맨 달음질

아이구! 장하시오 비린 것 사오셨네

등 밀어 방에 넣고는 부엌으로 내닿네.

발에 꿴 꽃고무신 헐렁해 벗어져도

애들은 빨리 크니 이것도 작을 거다

올 겨울 개실 양말은 꽃고무신 맞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