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실에서 1 (사군자 난초)

난

세상의 모든 이치 음양의 조화련만

나비도 아니 오고 뭇 벌마저 아니 와도

자태는 그리도 곱고 그 향조차 만 리가니

온 숲의 날 벌레들 그 향에 취하여서

모두들 잠이 들어 깨나지 아니 하나

그 모습 그 향취만을 눈가에 그리면서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도 고품하여

감히도 범접 못 해 홀로서 피었는가

쌍쌍이 촉 분분하니 이맘도 애틋하다

심산 속 고운 자태 고고히 간직하니

내 향기 만 리 퍼져 그 임은 아실 테지

나의 임 그 정든 손에 나를 주어 맡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