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공보다 더 멀리 날던 시절 8

25%와 10%

서로 좁히기 어려운 간격인 것 같다.

사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떤 방법으로라도 관철해 볼 수가 있겠지만, 그쪽은 하청 사장들이 버티고 앉아 뒤에서 주장만하고 있으니 우리 사장도 난감할 것이고...,

나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동료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나하고도 직결되는 문제라서 등한히 할 수가 없는 문제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동료들이 나에게 완전 일임할 수도 없는 문제라서, 사장과의 면담결과를 전하면 더 강하게 나오는 친구들도 있었다.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더니...

그래서 “협상이라는 것이 참 어렵구나.”하고 느끼며, 이건 완전히 장사꾼들의 거래라는 것을 알았다.

그쪽도 다른 사장들은 얼굴도 비치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공임 10%인하만 관철하고, 야근이라든지 회식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서서히 결정하도록 미루어 두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들은 야근과 회식을 자꾸 말하니....

그러면 공임과 야근문제에 대하여만 초점을 맞추고, 회식문제는 아예 제외하려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렇게 추진하면서...

이틀간격으로 저녁에 방을 붙이는데 전념하고 있는데, 하루는 목사님이 보자고 하신다.

“송 선생, 교회에 나오시면 안 되겠어요?”

“왜요?”

“집에 아무도 안 왔었어요?”

“누가요?”

“아니, 찾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를 요? 아니요. 왜요?”

“어제 교회에 누가 와서, 방을 붙인데 대하여서 묻고 가더라고요.”

“그래요? 공부하러 온대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물었더니..

“그것이 아니고 교회에서 공부하고, 이야기하자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성경공부라고 하시지요.”

“그랬더니 내가 하냐고? 아니면 가르치는 사람이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신자냐?”고 묻습디다.

“그래서 내가 주로하고, 송 선생이 어려운 부분은 내가 도와줄 것이다.”고 했더니...

“그래요? 기관원이던가요?”

“그런 것 같던데요. 그러니 우리 교회 신자로 등록하여, 공부하여서 신학대학 갈려고 한다면 어떻겠어요?”

“목사님, 저는 고등학교 다니다가 만 것으로 되어있는데요.”

“위장했어요?”

“네.”

“어쨌든 우리교회 성도로 등록은 하십시다.”

“네, 그렇게 해야겠네요. 그리고 다른 작은 교회에 다닌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알았어요.”

결국은 방을 붙이고 다니니....

그것도 떼면 계속 붙이고하니, 목사님을 주시하였던 것이다.

이제 두 가지 고민꺼리가 생겼다.

예상을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잘못하면 순수한 개척교회를 이루실려는 목사님께 큰 피해를 드리게 될 것이다.

회사일은 내가 계속 다녀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처리를 해야 할 일이지만, 야학문제는 지금껏 이 주일 넘게 방을 붙이고 다녔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그러면 야학 문제는 아직은 덮어두고, 회사에 다니면서 개별적으로 애들을 모아봐야 하려나 보다.

개별적으로는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지금처럼 공개적이 되면 목사님께 커다란 피해를 드릴 것이다.

어쩌면 개별적인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을 런지 모르겠다.....

이렇게 고민을 하며 방을 붙이는 것을 보류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퇴근을 하고 집에 있는데, 모르는 사람 두 명이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내 이름을 부르더니 다짜고짜로

“위장 취업했지요?”

“그리고 삐라 붙이고 다녔지요?”한다.

쳐다보았더니

“다, 알고 왔어요. 법대를 졸업하고, 야학을 하여 아이들을 이념화하려고 시작하고 있지요? 그리고 노조를 획책하고 있고.” 한다.

“그것이 아닙니다. 취직을 해야, 먹고 살 텐데...

받아주는 데는 없고...그래서 취직이라도 하려고...”

“그게 위장취업인거요. 학력을 속이고.”

“그리고 왜 노조는 만들려고 하고, 야학은 왜 하려고?”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에 공임을 사장들이 너무 터무니없이 깎아서, 그걸 좀 조정해 달라고... ”

“지금 하는 순서가 운동권애들이 하는 순서 그대로라는 거야.” 갑자기 말이 위압적이 되었다.

“우리가 조사를 해보니, 대학 때 써클도 없고...뒤도 깨끗하고.. 몸도 성치 못하고 하니...

없던 걸로 할 테니... 회사를 그만 둬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우리들도 힘이 들 테니까 서로 좋게,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어.”

이것은 부탁이 아니었고 강제였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애들처럼 숨바꼭질 놀이하듯 도망 다니며 민주투사인척 할 수도 없었고, 그런 조직도 없었고, 비겁하게 벗어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도 반항을 해 보지도 못하고, 그 다음날부터 출근을 안했다.

못한 것이 아니고...

애들한테 잘 있으라는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조직적 인간으로의 직장생활은 끝이 났다.

그리고서 나는 사회라는 곳에, 조직이라는 곳에는 발을 붙일 기회가 없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때의 그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

내가 과연 비겁했었는지를.....

나는 과연 그들을 사랑하지 안했었는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