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빵이라고 파세요! 3

누군가에게 등을 떠밀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모멸감과 내 스스로의 자존감 때문에, 아무런 계산이 없이 길거리에 나앉기로 하였다.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신다.

얼치기양반, 딸깍발이이신 아버지는 사농공상을 지키시는 양반 이셨다.

그래서 능력도 없으시면서 인간과 도덕을 금과옥조처럼 되뇌시던 분이라, 그분의 속내가 어떠리라는 것을 짐작한다.

그렇게도 어린 나를 법조인으로 키우시겠다고 욕심을 부리시다, 중도에서는 약장사를 해서라도 편히 살라고 이과로 강제 전과를 시키시고...

결국에는 약대에서 입학을 거푸 거절당하여 낭인으로 굴러다니다가, 늦게 소위 삼류의 인생을 살게 되니?

나중에 돌아가시기 직전, 그분이 내게 미안하시다고 하셨다.

그 당시의 무언은 무엇을 의미하였는지를 이제는 알지만!

형님께 계획을 말씀드리니 펄쩍뛰시며 공부를 계속하지, 빵장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나를 걱정하신다.

“이제, 숨지 않고 세상에 직접 부딪히겠으니, 조금만 밀어주세요.” 하고 부탁을 드려 집 밑의 군산실전 앞에 아는 사람의 가게를 빌었다.

무얼 하려느냐고 주인이 묻기에, 빵가게를 하겠다고 하니 주인아저씨는 깜짝 놀란다.

아버지의 친구시며, 어릴 때부터 나를 봐오셨던 분이라 설마 하는 것 이었다.

그렇게 가게를 빌어놓고 첫 번째 과제는 빵 기계의 구입이었다.

그것이 첫 난관이리라고 는 생각도 안했던 일 이었다.

나는 순진하게 기계의 구입처를 물어보았더니 우체국 옆에서 장사하던 그 사람은, 그것도 경쟁이라고 기계의 네임플레이트까지 지워서 알 수 없게 하였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는 이들 끼리의 먹고사는 모습이 더 경쟁적이었다.

싸워야할 대상을 잘못 선택하는 것이다.

서울계시는 형님 친구 분께 부탁드려, 없는 것이 없다는 대한민국 청계천에서 기계를 구입하여 가계에 들여놓았다.

생각치도 않았던 일차 난관을 해결하고는, 이제는 내가 가장 걱정했던 빵 반죽의 레시피였다.

당연히 빵장수가 알려 주리라고는 꿈도 꿀 수가 없고, 예상했던 것보다 아주 큰 난관이었고 빵장수의 사활이 걸린 최대의 난관이었다.

만들어 먹어본 것은 라면 끓여 먹은 것밖에는 없었고...

양반이신 아버지는 남자가 부엌에 들랑거리면 정말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하셨으니..

엄마가 방에서 만드는 것들은 보았지만 부엌에서 하시는 것은 모르고, 대학 자취에서도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였어도 자취는 동생이하고 나는 하숙생이어서 밥을 얻어먹고는 고시준비실에서 자면서 동생에게 하숙을 한 것이다.

그러니 의욕뿐이라 식구들이 걱정했던 최대 난관이었다.

그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예전에 우리 아래동네에서 가내 업으로 빵을 만들어 제과점에 납품하시던 “형제당”의 용덕이형님이었다.

바로 그거였다.

궁하면 통하는 것인가?

형님한테 가서 다짜고짜로 “형님, 저 빵 반죽 좀 알려 주세요.”

“빵 반죽은 뭐하게?”

“빵장사 하게요.”

“누가?”

“제가요.” 껄껄 웃으며 말한다.

“미친 놈, 하던 공부나 마저 해서 판사나 되어 엄마 공 갚고 불쌍한 사람들이나 도와줘라.”

그 당시 그 동네도 거의 꼬방 동네의 수준이었는데..

우리 동기들도 많이 살고 있어서 나에 대한 헛소문이 돌아, 내가 고시에 합격해 판사가 되리라고 헛꿈들을 꾸고 있었다.

첫날은 여지없이 거절이다.

그래도 계속 찾아다니며 진지하게 사정을 하였다.

결국은 나의 상황을 소주 한잔과 곁들여 거나하게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거의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나도 일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되어서, 반죽이 제대로 나올 런지 자신이 없어!”

“그러면 고쳐가면서 하면 되지요.”

“일단은 기본적인 배합 비율만 알려주시면 되요.”

“그러면, 니 가게에서 연습하게 재료부터 사와!” 하면서 재료품목을 써주시며 승락을 하였다.

이제 돈을 벌면 되겠구나!

마케팅은 어떻게 하지?

김칫국 먼저 마셨다.

새로운 분야에의 도전이라 흥분과 기대가 되었다.

낮에는 용덕이형님이 직장에 나가시니, 퇴근하고 오시면 우리 가게에서 옛 기억을 살려 매일 1kg씩의 밀가루를 반죽하여 보았다.

어떤 때는 반죽이 질고 어느 날은 되고, 또 어느 날은 부드럽지 않고.....향이 약하고...

매일 거듭되는 실패에, 우리 가족들과 강아지들은 덜떨어진 밀가루 빵이라는 것을 질리도록 먹게 되었다.

가게에 딸려있는 방에서 저녁마다 용덕이형하고 소주를 마시며, 나는 꿈결에서도 빵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