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빵이라고 파세요! 2

이렇게 전문대에 편입하기로 결정하고, 이력서를 적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런데 문제는 첫 학기 등록금이었다.

졸업을 하고도 손을 벌려야하니 형님한테 미안했다.

형님도 하시던 사업이 여의치 못해서 힘이 드는 줄 아는데!

그래도 그 길 밖에 없으니..

형님한테 이야기하였더니, 형수가 학교 다니는 셈치고 절에 들어가서 고시공부를 계속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신다.

하지만 겨우 삼십 명 뽑는 사시에 합격한다는 자신도 없고, 전문대에는 첫 학기만 등록금만 내면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으로 버티면 되고 승부도 확실하니 첫 학기만 보태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러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편하게 대기하고 있었는데...

서류를 챙겨서 학교에 등록하러 갔더니 교무과장 왈~~

편입학이 불가 하단다.

왜 그러냐니깐? 문교부에서 불가하다고 한단다.

이유가 무어냐니깐?

직접 물어보라며 문교부 고등교육국에 전화를 연결해준다.

내 신상을 밝히고 그 동안의 경위를 이야기하며, 편입이 불가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편입학이 불가하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전례가 없습니다.”

“전례란 것은, 언제나 처음에는 없는 겁니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일반 대학에 편입이 가능하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4년제 대학을 일 년 마치고 전문대로도 편입할 수 있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4년제 대학을 정식졸업하고 전문대 2학년으로 편입이 안 된다는 것은 논리적 으 로 또는 상식적으로도 모순이 아닙니까?”

“논리적으로는 그렇지만, 전례가 없어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 누구입니까?”

“고등 교유국 담당입니다.”

“그러면 국장 같으신데 그런 유치한 논리가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유권 해석해 봐도 될 것 아닙니까?”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이건 융통성의 문제가 아닌 당연한 상식문제입니다.”

“저는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러면 방법은요?”

“예비고사 보시고, 정식으로 응시하여 입학하십시오.”

“야 이 개자식들아! 세상에 그렇게도 무식한 것들이 무슨 나라 살림을 한다고?”

“국회에 가서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

그러면서 전화를 끊어버린다.

교무과장은 행정전화로 큰소리에 욕지거리까지 나니 안절부절이고...

세상에! 이제다시 전 과목을 공부하여 아무리 쉽다고 하여도 대학입시인데, 예비고사를 다 시 치르라니?

차라리 그 기간 동안 고시공부를 하는 것이 더 쉽지!

지금 같았으면 청원이라도 했겠지만!

이렇게 또 제도라는 사회적 울타리에 갇혀 꼼작도 못하고 말았으니....

내 삶의 방향을 또 잃고 말았다.

이제 할 것이, 갈 곳이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다시 고시준비를 하기에는 정말 무모한 치기이고, 나만이 아닌 가족들에 대하여 굴레를 씌우는 짓이고!

혼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때부터 나의 삶의 명제였다

답답할 때면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집 앞의 언덕 공터가 있었다.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데, 저녁에 시장을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힘이 들더라고 자기의 노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인데...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미 주어진 좁은 길밖에는 없으니!

영원히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고...

내가 무엇인가를 만들어 저 사람들에게 팔수가 있다면? 엉뚱한 생각이었다.

그날부터 그 생각만 하였으나, 내가 내손으로 만들어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 도 없었다.

이렇게 며칠 끙끙대다가 먹을 것을, 그리고 오방 빵을 배워서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것은 앉아서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쪽으로 올 인하여 순서를 밟아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