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빵이라고 파세요! 1

나는 1981년도에 대학을 졸업하였다.

7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6년에 대학에 입학하고, 일학년 마치고 휴학하고 복학하고 졸업하니 28살이었다.

약대에 들어가면, 태어나서부터 군대를 면제 받았으니 남들 군대에 가는 동안에 일찍 사회에 나와 돈도 벌고 장가도 갈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결국은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한 애들보다도 오히려 늦었다.

그래도 나는 공부하는 것만큼 좋고 자신 있는 것이 없어서 그랬는지? ㅎㅎ

전문대학에 편입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하였다.

내가 졸업할 무렵은 대학에 최류탄이 난무하던 시대였고 소위 3김 시대가 올수 있겠는가 하고 들떠있었지만,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쁨과 기대를 자기들의 권력 잡기에 이용하는 권모술수와 음흉한 욕심으로 여지없이 짓밟아버려 또다시 나라를 엉뚱한 놈들에게 헌상한 어두움이 넓게 깔려있던 더러운 시대였다.

하지만 그 당시 졸업생들의 취업기회는, 신입사원채용이 한 해에 두 번씩 있었다.

전반기에는 정기적 신입사원의 채용기간이었고, 후반기는 정권에서 정책적으로 길러낸 R.O.T.C.들의 제대시기에 맞춘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그래도 채용기회가 두 번이나 되었었다.

그래서 무시 받는다고 투정하던 지방대 출신들도, 저만 잘하면 두 군데도 뽑힐 수도 있었으며 내 주위에도 여럿이 있었다.

그중에 가장 흔했던 것이 재학 시 교직과목을 이수했던 사람들이 순위고사도 없는 사립학교의 교사로 나가는 것이었고, 자격시험으로는 그때 막 시작한 공인중개사는 거저 주워오다 싶이 했다.

그런데 이미 입학 때부터 교직을 이수할 수 없다는 옵션에 묶인 체 입학한 나는, 이수한 교직과목들을 교양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이라 교생실습에 나갈 수가 없었고 따라서 교사자격증을 받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 약삭빠른 애들은 공인중개사를 주워왔지만, 나를 비롯한 어설픈 책상물림들은 무슨 놈의 복덕방이 자격이 필요하냐고 우습게 넘겼다.

세상이 땅과 집으로 팔자를 고치는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또 그러면 안 된다고 믿었던 미련한 곰탱이들은 결국은 그것하나 줍지 않고 기회를 남 주어 버렸던 것이다.

졸업을 하려니 남들은 학교로 가네, 은행으로 가네, 대기업에 합격되었다고 교문 앞에 플레카드가 내 걸리는데....

남들이 장에 가니 거름지고 장에 가더라고,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보았지만 거름을 사줄 곳도 없고.

그렇다고 두 번이나 떨어진 사법고시공부를 더 하겠다고, 없는 가정형편에 형보고 돈 달라고 절간에 묻혀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장학금을 받고 쉬운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따는 것이 먹고사는 데에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벌써 스물여덟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맹신하는 놈인지라?

그래서 생각해보니 치기공사가 장래성이 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치과의사들이 갑질을 하더라도 그들이 직접 이빨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고, 앞으로는 이에 대한 관심과 미용이~~

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선배에게 부탁하여 원광보건전문학교 치기공과를 편입학하기로 이야기해 두었고, 학교로부터도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받아두었다.

치기공사의 자격증이 생기면 내가 할 수 있는 수공업이기 때문에 장래성은 나의 역량에 달려있는 것이다.

받아주지도 않는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는 것을 포기하니, 사는 것이 가벼워져서 좋았다.

내 생각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으면, 나는 아마 우리나라의 ‘최초’를 두 번 기록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최초의 cc( campus couple)이고, 두 번째는 정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바로 편입한 첫 번째 케이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 나올 기회는 하늘이 도와주어야만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ㅎㅎㅎ

내게는 고2때부터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보다는 더 늙어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우리 정신연령은 그 정도보다도 더 어린 순수함이었을 것이다.

처음 대학을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나서, 그 이유를 짐작하는 그 애는

“재수하고 내년에는 우리 같은 대학에 들어가자! 그리고 우리 결혼해서 함께 살자.

내가 오토바이 배워서, 너하고 함께 학교에 다니면 되잖아!“

우리 둘이는 엉큼하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시험을 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애는 합격하고 나는 또 낙방이다.

그 애가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발칙한 일이고...

그래서 나는 또 낭인이 되었고, 그 애는 대학생이 되었다.

나는 낭인이 아닌, 아예 탕아가 되어버렸고.

그 애한테는 큰 다행이었다.

나는 함께 같은 대학을 다니는 최초의 C.C.가될 기회를 잃었지만 그 애를 위해서 큰 다행이었고, 그 후 삼십 년 만에 그 애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한번 해후를 했다.

그 애는 지금 행복한 사장사모님이 되어 아이들의 효도를 받으며 잘 살고 있다.

그 애는 그럴 자격이 충분한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