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공보다 더 멀리 날던 시절 4

집에 왔다.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술안주삼아 공단의 현상을 이야기하였다.

듣고 있던 후배 녀석이 “형, 내가 우리 애들 좀 넣어 줄까요?” 한다.

나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안다.

“아니, 우선 나 혼자 시작할게. 크게 벌리지 마.”

“혼자 할 수 있어요?”

“아니, 혼자는 못하지. 그러니까 니들은 야학이라도 시작하게 되면 그때 도와주면 돼. 아직 멀었어.”

내 주위에는 전국구는 못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열심히 양심적으로 산다고 자부하는 시골 논두렁 사자쯤은 되는 운동권애들이 있었고, 그 애들을 따르는 아래애들도 있었다.

내가 실상을 말하니 정의감이 불타는 논두렁이, 애들을 위장 투입시켜 키우자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저는 전국구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지만, 밑의 애들은 학업도 팽개치고 가족들과도 결별을 하여야한다.

명분이야 좋은 것 이지만, 아직 보이는 것이 요원한 마당에 그 애들을 희생 시킬 수 는 없다.

그 애 들이야 희생이라고 생각지 않는 순진 정의파들이지만...

그렇게 야학을 여는 경우에 백그라운드만 만들어놓고 왔다.

출근하였더니 부장이 저녁에 사장하고 함께 술 한잔하자고 집으로 오겠다고 한다.

굳이 거절의 이유가 없어 집을 알려주고 저녁에 집에서 만났다.

농담 몇 마디 후 본격적인 대담이다.

“사장님, 솔직히 이야기합시다.”

당연히 회사에서 원석 공급가를 올렸겠지만 얼마나 올렸습니까?”

“20프로 입니다.”

“그런데 공임은 왜 오십 프로나 깎습니까?”

“저번에 말한 것처럼 전기료와 다른 부자재 값도 올랐고, 루즈율도 포함시켜야 하고…”

“다른 비용은 그렇다 치고. 루즈는 그동안도 넉넉하게 잡은 걸로 아는데요. 거의 삼 십프로 가까이 잡아 사장님의 과외수입을 하고 있는 것을 압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요? 제가 나까마들이 들랑거리는 것을 보았는데요.”

“아, 가끔 물건이 있는지 오기는 하지만, 나는 걔들에게 넘기지 않고 회사에 반납했습니다.”

“그럼 회사도 루즈율을 인정하기도 할 것 아닙니까? 그건 몇 프로인데요?”

“매번 원석의 품질에 따라 약간씩 다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김 양이 매번 거의 삼십 프로 가까이를 빼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루즈율까지 공임단가에서 빼버리면 사장들은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고 수입을 확보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루즈율이란 원석을 가공하는 단계에서 원석이 뜨거워져서 큐빅의 허리를 둘러싸는 거들이 튀거나. 또는 팔각뿔 모양의 초점이 모아지는 부분이 깨져서 빛의 분산이 제대로 되지를 않아 정품으로 취급을 받지 못하는 제품의 인정불량률을 말한다.

그런데 이 불량의 여부는 사람의 육안으로 기스미라는 일종의 볼록렌즈 확대경으로 검사를 한다.

이 검사는 대부분이 사장의 부인들이나 애인인 아가씨들이 사무실에서 혼자하기 때문에 신뢰성에대한 의심 때문에 말썽이 많았으며, 사장은 원청회사에서 인정하는 루즈율 이상을 잡아 불량이라고 공임에서 제외시키면서 그것을 나까마라는 보따리 중계인을 통해 일반 금은방에 조금 싸게 공급하고 금은방은 그것을 정품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파는 것이다.

이러한 불량은 꼭 작업자들의 가공 상에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스틱을 끼워서 작업을 하기위한 핸들인 피스라고 하는 공구의 불량과 본래 원석에 불순물이 섞인 경우도 있어 공구의 정비 불량등 불가항력의 경우에도 작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불량률은 인정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 인정불량률을 넘어서는 불량품을 계산하면 사장은 작업자의 공임을 인정하지 않고 그 물건을 외부로 유출시켜 잉여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검사에서 제품의 합격, 불합격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사장측근인 검사인이 독단으로 하였으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루즈는 다른 사장들과 상의할 필요가 없는 사장님 단독으로, 우리 공장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루즈 물건에 대하여도 약간의 수고비는 주셔야 애들이 인정할 것입니다.”

“지금 그것 때문에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후에 검사가 끝나면 애들에게 루즈 분량을 알려주어 의심이 나는 사람들은 남아서 검사원과 함께 불량품에 대한 재검사를 하게 해 주시든지요.”

“재검사를 하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