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2층 로비에는 매일 같은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계신 어르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복지관 카페그곳과 로비 책장에 있는 도서들을 가장 많이 읽고 계시는 다독왕 전길용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 안녕하세요. 아버지! 본인 소개 부탁드리겟습니다.

◆ 매일 복지관에 출근하는 전길용 이라고 합니다.

◇ 복지관이 운영재개 됐다는 걸 아버지가 책 읽고 계신 모습을 보고 새삼 느껴지더라구요. 잘 지내셨어요?

◆ 그러니까요. 코로나 전에 매일같이 왔는데 2년동안 문을 닫았잖아요? 어디가서 책을 봐야하나 걱정하면서 멀리 시립도서관에 다녔는데.. 다시 복지관에 올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 인터뷰를 하면서 매번 여쭤보고 있는 질문인데 복지관에 처음 방문하게 되신 인연이 궁금합니다!

◆ 나는 책을 엄청 좋아해요. 처음에는 구역전 시장에있는 헌책방에서 책을 사다봤죠. 역사·소설·의학도서 할 것 없이 책을 자주 사다봤었는데 누가 시에서 작은 도서관을 구역별로 만들고 있다고 알려주더라구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은 학생회관이라 가봤더니 전부 젊은 친구들이었는데.. 할아버지가 거기 껴서 책을 보기에 부담스러웠어요.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월명동에 있는 작은도서관에 다녔는데 집근처 복지관에 책이 많이 있다고 알려주더라구요. 집에서 가까우니까 멀리 갈 필요도 없고, 복지관에 다양하게 책도 많아서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 책 읽는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책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 평소에 모르는 것들이 많은데 책을 읽으면 배울점이 참 많고, 생활에 미치는 좋은 영향들도 많아요. 다양한 책들을 읽다보면 내 판단과 생각을 헤치지 않으면서 삶에서 더 욕심낼 것도 아래로 치우칠 것도 없다는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한가지 아쉬운건 건강상 이유 때문에 행동으로 못 옮기는 것들이 있을때가 있어서.. 그래서 나는 젊은사람들, 한 4-50대 정도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돌아가는 세상을 뒤늦게 알게되지 않도록. 많은 변화의 기회가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

◇ 책을 읽으면서 습관도 있으신 것 같아요.

◆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60년대에는 다들 먹고살기 어려워서 적십자병원에 피를 팔아서 그돈으로 국수를 사먹고 했었어요. 학교도 잘 못다니고.. 주변에는 다들 병원은 멀리하고 병이 생겨도 그냥 앓다 죽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그래서 특히 의학·건강과 관련된 책은 보면서 항상 정리해서 공책 한권에 적어두고 있습니다. 다 같이 보는 책인데 낙서도 하면 안되고, 반납도 제때 해야하잖아요?

◇ 그럼 혹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있으신가요?

◆ 역사책은 세상이 어떻게 거쳐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시아나 유럽이나. 어느나라 역사를 봐도 욕심이 과해지면 왕족이나 혁명이나 살생이 항상 뒤따르면서 결국엔 비참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소설책을 한가지 추천하자면 군산 작가라 꼭 그런건 아니고 [채만식 – 탁류]는 꼭 한번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가 살아왔던 일제 그 시대는 우리를 일본식으로 바꾸려고 하던 때라.. 그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는게 많더라구요.

◇ 복지관을 이용하거나,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도 있으실 것 같아요.

◆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책이다 보니까 잘 반납해줬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도움이되는 책들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필요할 수 있잖아요? 가끔 보면 슬그머니 가방에 넣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며칠전에 보려고 생각해뒀던 책이 사라져서 많이 속상했어요.

◇ 마지막으로, 복지관에 바라는 점 있으시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첫째는, 나는 복지관에 만족도가 높다면 높은 편이에요. 나름의 애정도 가지고 있고. 복지관 직원들이 겸손하고 성실히 잘하는게 억지로 대하는게 아니라 자연적인 밝음이라 상대방도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어요. 어느때는 너무 적극적이라 거절하는 입장에서 미안할정도로.. 아무튼 그건 칭찬하고도 남을만한거니까 앞으로도 이대로 잘 해줬으면 해요.

두 번째는 복지관에 모여서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다 보면 이런저런 의견도 나누고, 대인관계도 좋아지고.. 시간보내고 의지할 곳이 되어버렸으니 다시 문 안닫고 이대로만 가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2년동안 공백 속에서 복지관과 어르신들 사이에 서로 소중한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한편으로는 책을 멀리했던 스스로에게 반성도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손수 적어둔 건강책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전달해주신 전길용 어르신의 마음이 많은분들게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